- 고래가 친·인척?
재작년 여름 느닷없이 '레밍'이란 동물이 뉴스를 탔다.
충북에 물난리가 났는데 충북도의원들이 유럽 연수를 가 비판을 받았다.
그중 한 도의원이 전화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레밍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레밍은 나그네쥐라고도 하는 동물로,
우두머리를 맹목적으로 따라 움직이는 설치류다.
이 사람은 이후 사과를 한다며
"레밍이란 말에 상처받았다면 레밍이 되지 말라"고 해 불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당에서 제명돼 우두머리를 잃고 무소속이 됐다.
인간 세상 문제에 동물이 본의 아니게 등장하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다.
과거 한 관료가 사석에서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고 했다가
이 말이 보도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그런데 요즘 인터넷에선 '그 말이 맞는 것 아니냐'는 댓글들도 꽤 있다.
조국 전 장관은 과거 "대한민국은 어린이에게
주식·부동산·펀드 투자를 가르치는 '동물의 왕국'"이라고 했으나
자기 집안이 수십억 사모펀드에 투자한 '동물의 왕국'이었음이 드러났다.
또 "용이 되지 않고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 행복한 세상을 만들자"고 했으나
자기 가족은 전부 용이 되려 했음이 밝혀졌다.
루이 14세 때 프랑스 재무장관이었던 콜베르는 귀족에게 세금을 부과하면서
"세금은 거위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깃털을 살짝 뽑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말을 2013년 세제 개편 때 청와대 경제수석이 했더니
사람들은 "우리는 거위가 아니다"라며 분노했다.
동물 비유를 잘 쓰면 쉽게 이해되기도 한다.
예전 한 검찰총장은 공안부를 '동물원', 특수부를 '사파리'라고 했다.
공안 검사들은 우리 속에 있고, 특수부 검사들은 우리 밖에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작년 미·북 정상회담 후 비핵화 작업을
- '칠면조 구이'라고 비유했다. 서두르면 망친다는 뜻이었다.
그땐 그럴싸했는데 요즘 돌아가는 걸 보면 칠면조를 잡지도 못한 채
- 김칫국부터 마신 꼴이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극단적 선택을 한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직원이
작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제의 울산 지역에 간 것에 대해
청와대가 "고래 고기 사건 때문에 간 것"이라고 연일 주장하고 있다.
선거 공작 피해를 입은 야당 소속 전 울산시장은
"민정비서관실 업무가 대통령 친·인척 관리인데,
- 고래가 대통령 친·인척이냐"고 했다.
선거 공작의 실체를 아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사안이 엄중한데
고작 고래 고기 때문이라니, 그 말을 누가 믿을까.
Lesiem / Justit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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