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한국어와 일본어에서 다른 의미로 쓰이는 한자어

정신똑띠챙기! 2018. 1. 22. 20:25

한국어와 일본어에서 같은 한자로 표시되지만 기본적인 의미가 다르거나, 한 쪽에 없는

다른 의미가 덧붙여진 한자어의 본보기를 설명한다. 한국어 철저(徹底)하다(형용사)와

일본어 徹底(てってい)する(자동사)와 같이 의미는 같으나 품사가 다른 한자어는 논외로 한다.


1. 공부(工夫)

   일본어로 공부는 勉強(べんきょう)이다. 工夫(くふう)라는 한자어가 있어서 골똘히 생각한다,

궁리한다는 뜻으로 쓰이나,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가리키는 한국어 공부와는 의미가 다르다.

일본어에서 工夫는 こうふ라고도 읽는데 이때는 공사를 하는 인부라는 또다른 뜻이 된다.


2. 관념(觀念)

   일본어 観念(かんねん)에는 단념, 각오 같은 뜻도 포함된다. 이때는 する를 붙여

자동사나 타동사로 활용한다는 것도 한국어와 다르다.


3. 대장(臺帳)

   대장(臺帳)은 장부(帳簿: 일본어로는 帳簿(ちょうぼ))나 원부(原簿: 원본 장부,

일본어로는 原簿(げんぼ))와 같은 뜻으로 쓰이는데 일본어 台帳(だいちょう: 일본식 한자에서는

台를 臺의 약자처럼 쓴다)은 연극 대본을 가리킬 때도 쓴다.

과거에 가부키(歌舞伎) 대본을 台帳(だいちょう)라고 부른 데서 나온 것이다.


4. 대(對)하여

   한국어에서는 '……에 대(對)하여'라는 어구를 ……을 주제나 화제로 삼는다는 뜻으로,

 '……에 관(關)하여'와 같은 의미로 쓸 때가 있다. 그러나 일본어 対(たい)する에는

이와 같은 의미가 없기에 이것을 ……に対(たい)して라고 옮기면 틀린다.

이때는 ……に関(かん)して나 ……について와 같은 표현으로 옮겨야 한다.


5. 무시(無視)

   한국어로 어떤 사람을 무시(無視)한다고 하면 멸시하다, 얕보다 같은 뜻으로도 해독되나

일본어 無視(むし)する는 글자 그대로 없는 것으로 본다, 즉 거들떠보지도 않거나 아예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무시하다를 이런 뜻으로 쓴 한국어 문장을 일본어로 옮기려면

無視する 대신 なめる, 馬鹿(ばか)にする 같은 표현을 써야 한다.


6. 문구(文句)

   일본어 文句(もんく)는 한국어 문구와 같은 뜻, 즉 문장의 구절이나 글귀라는 뜻 외에도

불만, 불평, 이의와 같은 뜻이 있고 이 뜻으로 더 자주 쓴다.


7. 미혹(迷惑)

   한국어 미혹(迷惑)은 글자 그대로 정신이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상태를 뜻한다.

일본어 迷惑(めいわく)에도 이런 의미가 포함되나 그보다는 '폐를 끼친다'고 할 때의 폐,

즉 귀찮거나 곤란한 일을 가리키는 데 더 자주 쓴다.


8. 성패(成敗)

   일본어에서 成敗는 せいはい와 せいばい 두 가지로 읽힌다. せいはい는

한국어 성패(成敗)와 마찬가지로 성공과 실패라는 의미를 띠는 반면

せいばい는 처벌, 재판과 같은 의미로 お仕置(しお)き와 비슷하게 쓰인다.


9. 성형외과(成形外科)

   성형(成形)은 일본어에서도 같은 의미로 쓰나 성형외과(成形外科, plastic surgery)는

成形外科라고 하지 않고 形成外科(けいせいげか)라고 한다. 즉 한국에서는 성형외과이나

일본에서는 '형성외과'이다. 쌍꺼풀수술처럼 치료나 기능 회복과 무관한

미용 목적의 시술을 행하는 외과는 美容外科(びようげか)라고 해서 따로 분류하기도 한다.
  

뼈를 깎거나 보형물을 넣어서 얼굴 형태를 바꾸는 수술도 성형수술(成形手術)이 아닌

정형수술(整形手術, せいけいしゅじゅつ)이라 부른다. 成形手術(せいけいしゅじゅつ)은

문자 그대로 결손된 신체 부분을 '만드는' 수술이다.
  

한국의 성형수술 실태를 논할 때(한국 학계의 발표나 뉴스를 인용해서) 드물게 成形手術을

한국어와 같은 의미로 쓰는데 이때는 한자어 직역에 해당한다. 즉 일본어 문장을 한국어로 옮길 때

일본식 한자어를 글자 그대로 옮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10. 식(式)으로

   '이런 식으로'라는 어구에서처럼 식(式)을 의존명사로 쓰는 일이 있다.

이때는 고유어 의존명사 '투'와 통하는 용법으로 방식이나 형태 등을 나타내는데,

일본어 式(しき)에는 이와 같은 용법이 없어서 こんな式(しき)に, こういう式(しき)に와 같이

옮기면 틀린다. 이때는 様(よう)に나 風(ふう)に로 옮겨야 의미가 통한다.


11. 심중(心中)

   일본어에서 心中은 しんちゅう와 しんじゅう 두 가지로 읽힌다. しんちゅう는 한국어와 같은

마음속이라는 뜻이다. しんじゅう도 원래는 이와 비슷한 뜻에서 파생해서

마음속에 품은 충성심이나 의리, 애정을 확인시킨다는 뜻이었으나, 여기서 의미가 한정되어

오늘날에는 동반자살, 그 중에서도 정사(情死: 사랑하는 남녀의 동반자살)을 가리킨다.

이에 비유해서 어떤 사물이나 사건과 운명을 같이 한다는 뜻으로 쓰기도 한다.
   しんちゅう는 한국어 심중(心中)처럼 명사로만 쓰는 반면 しんじゅう는 する를 붙여서

자동사로 활용한다는 것도 차이를 보인다.


12. 애인(愛人)

   한국어 애인(愛人)은 연인(戀人)과 같은 뜻이다. 일본어에서는 恋人(こいびと)은

한국어 연인(戀人)과 같은 뜻이나, 愛人(あいじん)은 떳떳치 못한 관계를 맺은 이성,

즉 정부(情夫, 情婦)를 완곡하게 표현할 때 쓰인다.
   참고로 일본어에서 애인이 한국어의 정부에 해당하는 것과 반대로

중국어에서는 정부(情婦, 칭푸)가 한국어의 애인에 해당한다.

중국어 애인(愛人, 아이런)은 배우자나 약혼자라는 의미가 강하다.


13. 양복(洋服)

   한국어 양복(洋服)이나 일본어 洋服(ようふく) 모두 서양식 의복이라는 기본 의미는 같다.

그러나 한국에서 양복이라고 하면 주로 정장(특히 남성의)을 가리키는 반면 일본에서는

단순히 和服(わふく)에 대비되는 서양식 옷을 가리킨다. 즉 평상복도 모두 洋服(ようふく)이다.
   양복 정장은 영어 suit에서 따서 スーツ라고 쓴다.


14. 연중(年中)

   일본어 年中(ねんじゅう)는 한 해 동안이라는 명사로서 쓰이는 동시에 늘, 항상이라는 뜻을 지닌

부사로도 쓰인다. 따라서 일본어 문장에서 한자어 年中이 나온다면

1년이라는 시간에만 매여서 해독하면 안 된다.


15. 의견(意見)

   일본어 意見(いけん)에는 훈계, 충고와 같은 뜻이 포함되고 이때는 する를 붙여서

타동사로 활용한다. 즉 意見(いけん)する라고 하면 의견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훈계나 충고를 하는 것이다.


16. 이과(理科)

   일본어 理科(りか)는 전공계열이나 학문의 계통(자연과학, 공학, 의학 등을 포괄하는) 외에도

한국 초·중·고등학교 과학에 해당하는 교과목 이름으로 쓰인다.

한국에서 '이과 과목'이라고 부르는 것과도 의미가 다르다.


17. 집념(執念)

   일본어 執念(しゅうねん)에는 한국어 집념(執念)에는 없는 원한,

앙심이라는 의미가 포함된다.


18. 천지(天地)

   일본어 天地(てんち)는 비유적으로 책이나 종이의 윗면과 아랫면, 물건의 위아래를

나타내는 데도 쓴다. 애니메이션 영화 제목으로 많이 알려진 天地無用(てんちむよう)이라는 어구도

여기서 나온 관용구로서, 원래는 화물이나 소포의 위아래를 뒤집으면 안 된다는 경고문이다.
   する를 붙여서 상하를 뒤집는다는 의미의 타동사로 활용하는 용법도 있는데

방언이나 고어에서 자주 확인할 수 있다.


19. 팔방미인(八方美人)

   한국에서 팔방미인(八方美人)이 다재다능한 사람을 비유하는 긍정적인 용도인 데 반해

일본어 八方美人(はっぽうびじん)은 모든 사람과 붙임성 있게 사귄다는 의미로,

때로는 여기저기 굽신거리거나 여러 명의 이성에게 수작을 건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비유된다.


20. 평판(評判)

   일본어 評判(ひょうばん)에는 사람들 사이에 도는 소문, 사람들의 평가, 평가를 해서 판정하는

일(또는 판정한 결과)과 같은 뜻 외에도 그 평가가 좋다는 뜻이 더 있다. 예를 들어

評判の本(ほん)이라고 하면 '평판이 좋은[높은] 책'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국어 평판(評判)에는 '긍정적인 평가'라는 의미가 들어 있지 않다.


21. 학생(學生)

   일본어 学生(がくせい)도 한국어처럼 일반적인 의미, 즉 학교에 적을 두고 배우는 일을

주로 하는 신분을 나타내나 이 중에서도 주로 대학생을 가리키는 것이 한국어와 다르다.

초등학생은 児童(じどう), 중·고등학생은 生徒(せいと)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22. 학원(學院)

   일본어 学院(がくいん)은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學院)에 대해서는 쓰지 않는다.

초·중·고등학생이 교과목 보충 학습, 또는 예능이나 체육, 외국어 등을 공부하는 사설 교육기관은

塾(じゅく)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영어학원은 英語塾(えいごじゅく),

보습학원은 学習塾(がくしゅうじゅく)이다.
   한편 상급학교 진학을 준비하는 학원은 予備校(よびこう)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대학 입시 학원(특히 재수생을 대상으로 한)을 가리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23. 해체(解體)

   일본어 解体(かいたい)는 해부(解剖, かいぼう)와 같은 뜻으로도 쓰인다.

정확히는 解剖(かいぼう)의 옛날 말투에 해당한다. 일본 책 중 '……해체신서'라는 어구가 들어가는

제목이 많은데, 이 말은 1774년 발행된 일본 최초의 서양 의학 번역서

≪해체신서≫(解体新書, かいたいしんしょ)에서 따온 것으로 이 당시 사람이나 동물을

해부하는 것을 해체라고 했다.


24. 흑막(黑幕)

   흑막(黑幕)이란 원래 공연이 끝날 때나 공연 도중 쉬는 시간에 드리우는

검은 장막(또는 커튼)을 뜻하며 일본어 黒幕(くろまく)도 원래 뜻은 같다.

그러나 비유적인 의미는 달라서, 한국어에서는 사건의 배후에 숨겨진 상황을 가리키는 반면

일본어에서는 배후를 조종하는 인물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