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운과 주디스의 사랑 이야기
1945년 6월 런던 전철역 광장에서 육군중령 브라운은
시계탑을 보며 초조하게 누군가를 기다렸다.
3년 전 죽음의 공포 속에서 탈영까지 경험했던 브라운은
우연한 기회에 젊은 여성작가 주디스의 책을 읽게 되었다.
전쟁속에서 그녀의 글은 한 줄기 빛처름 희망과 용기를 주었고
브라운은 용기를 내어 작가에게 편지를 썼다.
기대하지 않았던 답장이 2주뒤에 왔고
두 사람은 전쟁기간중 수 많은 편지를 주고 받았다.
사랑의 감정이 싹튼 브라운이 주디스에게 사진을 보내 줄 것을 청했다.
하지만 사진 대신 질책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
"그토록 제 얼굴이 보고 싶은가요?
당신이 말해 왔듯이 당신이 정말로 저를 사랑한다면
제 얼굴이 아름답던 그렇지 못하던 그게 무슨 상관이 있나요?
만약 당신이 보기에 내 얼굴이 추하기 짝이 없다면
그래도 당신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자신의 요청에 이런 반응을 보인 그녀를
이해할 수 없어 허탈한 웃음만 지었지만,
더 이상 사진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서 귀국하는 브라운은 주디스와 만날 약속을 정했다.
주디스는 브라운에게만날 시간과 장소를 알려 주었다.
"런던 전철역 1번출구에서 제 책을 들고 서 계세요.
나는 가슴에 빨간 장미꽃을 꽂고 나갈 거에요.
하지만 제가 먼저 당신을 아는 척 하지는 않을 거에요.
당신이 먼저 나를 알아보고 당신의 연인으로 적당하다고
생각되지 않으면 모른 척해도 됩니다"
3분 뒤면 만난다는 생각에 브라운은 두근 거리는 마음에
조금 일찍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금발의 전형적인앵글로 색슨계의 미인(美人)이 나타났다.
녹색옷을 입은 아름다운 그 녀의 모습에
넋을 잃고 그 녀를 향해 다가갔다.
그러나 그녀는 그에게 눈길 한 번 주지 않은 채 지나갔다.
순간 브라운은그 녀의 가슴에 장미꽃이 없다는 걸 알았다.
브라운은자신의 성급함을 자책하고는
자기가 기다리는 그 녀도 녹색 옷을 입은
그 여인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울 것이라 생각했다.
드디어 6시.
멀리서 가슴에 장미꽃을 단 여인이 아주 천천히 그를 향해 다가왔다.
잠깐동안 브라운은 머리 속이 백지장처름 하얘지는듯 했다.
놀랍게도 걸어오는 여인은 못 생기다 못해 매우 흉측한 모습이었다.
한 쪽 다리를 잃은 그 녀는
한 쪽 팔 만으로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걸어 오고 있었다.
얼굴 반 쪽은 심한 화상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짧은 순간 브라운은 심한 갈등을 느꼈다.
'그 녀가 자신을 모른척 해도 된다고 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군.
정말 그녀를 모른 척 해야하나?'
그리고 브라운은 생각했다.
'아니야. 원망해야 할 상대는 독일군이야.
이 여인 역시 전쟁의 피해자 일 뿐이고
3년 동안 그 녀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난 그 녀를 사랑했어.
이건 변할 수 없어.
이제 와서 그 녀를 모른 척하는 것은 비겁하고,
함께했던 시간을 배신하는 거야.'
브라운은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 녀가 돌아보자 브라운은 환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약속한대로 가지고 있던 그녀의 책을 들어 보였다.
"제가 브라운 입니다.
당신은 주디스 이지요?
이렇게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그러자 그 녀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브라운을 바라 보았다.
"아니예요
전 주디스가 아니고 페니예요.
저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조금 전에 녹색 옷을 입은 여자 분이 저에게 부탁을 했어요.
장미꽃을 달고 이 앞을 지나가 달라는....
그리고 저에게 말을 거는 분에게 저 식당으로 오라고 전해 달라 더군요."
식당에 들어서자 녹색 옷을 입었던 주디스가
- 환한 웃음으로 브라운을 반겨 주었다.
주디스는 놀라 당황하는 브라운에게 붉어진 얼굴로 부탁하였다.
"오늘 일은 절대 비밀로 해 주세요.
당신을 실험 했다고 말하지 말아 주세요.
우리 만의 비밀로 간직해 주세요."
이 두 사람의 가교 역활을 했던 페니가 두 사람 실명을 쓰지 않고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 영국 타임즈지에 이 이야기를 게재했고,
영국 전역에서 큰 화재를 불러 일으켰다.
비슷한 이야기가 소설로도 쓰여지기도 하고,
심지어 영화로 만들어 지기도 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은 이 얘기의 주인공이 누군지 궁금해 하였다.
1996년 5월 3일.
존 브라운이 세상을 떠난지 몇 시간 뒤 그의 아내 주디스도 그 뒤를 따랐다.
일생동안 깊은 사랑을 나눈 이 두 노인은 죽는 날까지 같이 했다.
장례식이 진행 되는 날 이 두 노인의 친구인 패니가
지팡이에 의지한 채 불편한 몸으로 단상에 올랐다.
"오늘에서야 지난 50년 동안 비밀로 지켜 왔던 이야기를
- 공개 하려고 합니다.
바로 여기에 누워 있는 두 사람이 그 이야기의 실제 주인공들입니다
비밀로 해 달라는 부탁 때문에 밝히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저는 평생 이 두 사람을 사랑하고 존경하고
- 질투 하였는지 모릅니다."
브라운과 주디스가 죽은 지 두달 후
패니의 병도 급속히 악화되어 죽음을 맞이 하였다.
1997년 [웨딩드레스와 행복] 창간호 편집자는 패니를 두고이렇게 말했다.
"패니 역활은 절대적 이었다.
그 녀가 이 이야기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감동적인 실화를 알 수 없었을 것이다"
Auld Lang Syne / Waterloo Bridge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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