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를 어루만져 준다.
이 키로
이 얼굴로
이 뇌 용량으로
이 성질머리로
이 나이 될 때까지 용케 버티고 있구나.
그래, 무명인으로 제 역할 하느라 이렇게
애를 쓰는구나. 냉철한 이성으로 스스로
채찍질해야 함도 맞지만 가끔은
내가 나를 어루만져 준다.
- 안은영의《참 쉬운 시1(무명본색)》에 실린 시<가끔은>중에서 -
가끔은
나를 칭찬하게 됩니다.
내 자신에게 무엇을 그리 많이 해 주었던가
그저 내 몸을 내 몸이 아닌 듯이
남의 몸 부리듯이 혹사시키고 말았는데
내 몸은 투정도 없이 나를 따라주었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다섯 살 계집아이 소꿉놀이처럼
나는 내 종아리를 어루만져주면서
오늘 하루 너로 인하여 세상을 구경했다고
얘셨다고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옆에 있던 딸아이가 듣고
행여 치매인가 걱정할까 내 꾸시렁은
잠시 멈추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젊은 날에는 이런 생각을 못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의 여유조차도 사치였던
그 때는 그저 앞만 보고 달리지 않았습니까?
이제 가끔은
나를 칭찬하면서 하늘도 보고
빗소리도 들어보고 그리 살아보렵니다.
비가 어둠속에서 뚜욱뚝 내리고 있습니다.
분이 나게 감자를 쪘습니다.
제 몸을 팽형시켜서 인간에게 주는
감자에게도 감사함을 전합니다.
세상을 둘러보면
감사하고 고맙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범사에 감사하라 하셨던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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