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림의 미학
멕시코시티의 대형시장 한 구석에서 양파를 파는
‘포타라모’ 라는 인디언 노인이 있었습니다.
시카고에서 온 한 미국 여행객이 그에게 다가와 양파 가격을 물었습니다.
“한 줄에 10센트 입니다.”
“그럼 두 줄 사면 좀 깎아 주십니까.”
“아닙니다.
두 줄이면 20센트입니다.”
“스무 줄 다 사도 한 푼도 깎아 주지 않습니까?”
“스무 줄 전부는 팔지 않습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양파가 일찍 다 팔리면 좋은 일 아닙니까?"
미국인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묻자
노인은 방긋 웃으며 대답합니다.
"나는 지금 양파를 팔려고가 아니라
인생을 사려고 여기 있는 것입니다.
나는 이 시장통의 활기와 따스한 햇볕,
이웃들과 나누는 대화,
이 모든 것을 사랑합니다.
이것이 바로 내 삶인 것이지요.
이것들을 위해 나는 하루 동안 양파 스무 줄을 파는 겁니다.
그런데 이걸 한 번에 모두 다 팔면,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 되지 않습니까?
그렇게 단번에 내 즐거움을 잃을 수는 없지요."
양파 파는 노인에게는 시장에서 양파를 파는 것 자체가 돈벌이라기보다
낙(樂)이고 인생 '누림'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자신의 하루를 한 몫에 팔 수 있겠습니까.
빠른 성과를 얻기 위하여 당신의 현재 즐거움을 가볍게 팔지 마십시오.
노을이 질 때 억새의 은빛 물결에서,
해질 무렵 강아지풀의 반짝임에서,
우리는 익어가는 가을 아니 인간 냄새를 맡습니다.
인생의 가을을 맞아 지금까지는
- "더 많이" "더 빨리"가 우리 삶의 모토였다면,
앞으로의 남은 인생 여정(旅程)은 인생 '누림'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는,
품격과 여유가 묻어나는, 그런 삶을 살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El Condor pasa / Band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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