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 풍경 방앗간 앞에 줄지어 선 사람들 사이로 꼬수운 참기름 냄새, 연기와 섞여 배어 나오고, 엄마 따라 나선 부산한 시장터엔 더 가지고 덜 가지고의 시름 잠시 잊고 양 손에 들만큼의 풍요가 가을 하늘에 있었지. 정성스레 祭器를 닦는 아버지와 삼촌 옆에서 추석빔으로 받은 곤색 운동화 끈 꿰느라 바쁜 동생 연탄 화로에 가득 얹힌 치자물 배인 煎과 생선들 쌀가루 반죽으로 장난치던 여동생들 사이로 송편 빚느라 분주한 엄마와 숙모도 젊었었지. 골목의 집들 열려진 대문 사이로 모두 약속을 한 듯 같은 모습으로 바쁜 이웃들 기와 지붕 위에 어설프게 놓인 테레비 안테나 線만 가을 바람에 한가로이 고추잠자리와 흐느적거리고 어느 가을 날 그 삽적거리엔 행복이 가득했었지. 글 / 부운 사진 / Blue Gull
향수 / 정지용시 / 이동원, 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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