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 있으면, 한 순간 숨마저 멈추고 있으면
잡다한 불협음 가운데서
별빛 떨어지는 소리가
들릴 듯도 한 밤이다. 이 맘때이면
생각나는 일화 하나.
어느 해 봄날 밤인가
싶다.
벚꽃잎 지는 소리를 즐기며 모
화랑에서 열리는
현대 유화 10인 초대 작가전에
갔었지.
마침 파장 무렵이라 그런지 관람객이
한 명도 없더라고.
몇 바퀴 돌고 다시 제자리로(사진처럼 생생한 대형누드화 앞)
돌아오는데 웬 아가씨가
그림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더라고?
그러면서, 엥?
가만히 손을 뻗어 그림을 만지작거리는
게 아닌가.
아니 그것도 여자의 가장 깊은(?) 곳을
마구!
그러면서 가끔씩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아니,
요런!
이럴 때마다 빛나는 나의 천재적인 위트(?). 음,
찬스다!
병아리를 발견한 솔개의 눈, 사실은
적잖이 음흉한, 으로
잽싸게 주위를 둘러보고 아무도 없음을
재차 확인하곤
슬그머니 아가씨 곁으로 다가가서는
목소리 착 내리깔고,
"아가씨 작품은 손으로 보는 게
아니고 눈으로 보는 거요."
(느닷없는 굵은 남자 목소리에 놀란
듯)
"예, 예, 예……ㅇㅖ?!"
"아니 (그냥)보지 왜 만지냐고!"
그냥이란 말은 들릴 듯 말 듯.
아가씨 이 말에 갑자기 얼굴이
홍시처럼 벌개지대??
(역쉬
예상대로구먼, 걸려들었어! ㅋㅋㅋ)
그러나 다음 순간, 아가씨 화를
왈칵 내며,
"아저씨. 내꺼 만졌지 니꺼
만졌어요?!"
띠옹~~~ 이건 또 무슨
야설(?).
아니 뭐 이런 뻔뻔야녀가 다 있나
해서 그 아가씨 얼굴에
벌집이 날 정도로 뚫어지게 쳐다보자(키가 몹시
크더군)
그 아가씨 일점의 수줍음도 없이
쌍심지를 켠 채 전혀 꿀리지
않고 눈을
맞대더라고.
이상하네. 보통 이 정도면 화 내고
가버릴 텐데. 아님 욕이라도
한 마디 하든지. 물론 욕 먹어 기분
좋을 리도 없고 그건 바라던
바도 아니니까.
한데,
아뿔싸
!
거 말 맞네. 가만 보니 이 아가씨
얼굴이 누군가 닮았더군.
번갈아 그림과 아가씨를
비교해보니, 쩝~
되려 내 얼굴이
벌개지더구먼. 그림의 모델이었어.
근데 그렇게 생각하고 아가씨를
바라보니 더 이상한 거 있지?
옷을 입고 있어도 마치 벗고 내 앞에
서 있는 거 같은 착각.
"험~."
괜한 어색함을 감추려고, 또 날
치한으로 여길까봐 헛기침
한 번 하고 고개를 돌린 채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고 아가씨로부터
등을 돌리려는 순간,
"근데요 아저씨는 자지 왜 나왔어요,
할 일도 없이."
이건 또 무슨 요상한 멘트? 아니
내가 이상하게 들으려고
작정을 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암튼 그
무슨 '지'란 말에
묘한 억양이 깃들었다고 생각하니 도로
고개를 돌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근데 우연처럼 아가씨
시선을 따라가 보니,
(시선이 몸 가운데로 향하고
있었는데 거긴 바로)
으잉?
"켁!"
꽈다다다다당!
전시장 들어오기 전에 소변 보고
지퍼를 안 올렸네! 이런~~~~.
하필 몸에 꽉 끼는
면바지를 입었었는데 좌우로 쫙 벌어져서는.
뒤통수 제대로 한 대 맞았다! 완전히
당했다!!!!!!!!!!!!!!!!!!!!!!!!!!
지퍼를 올릴 생각도 못하고
줄행랑~~~~.
유머도 가려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유머가 아니라
해머가 돼 되돌아온다는 사실, 안
그런가요 여러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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