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생
그날도 새벽에 맹구는 고주망태가 되어 집에 돌아왔다.
맹구는 침대에서 이미 곤히 잠들어 있는
사랑스런 아내 옆에 누워 곧 잠이 들었다.
맹구가 눈을 떴을 때, 침대 맞은편에는
도사처럼 차려 입은 남자가 차가운 눈빛으로 서 있었다.
"누구시죠?
누구신데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와 있는 겁니까?"
"여긴 네 방이 아니다.
난 저승사자다."
맹구는 믿기 힘들다는 눈빛으로 말했다.
"제가 죽었다고요?
그럴 리 없어요.
난 아직 할 일이 많다구요.
가족한테 마지막 인사도 하지 못했구요.
절 빨리 돌려보내 주세요."
저승사자가 대답했다.
"넌 이미 죽었다.
환생할 수는 있지만,
네 행적을 보니 개나 암탉으로 밖에 안 되겠구나."
대답은 절망적이었지만
맹구는 집 근처에 양계장이 있다는 걸 생각해 내고는
암탉으로 환생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번쩍하더니 몸은 이미 깃털로 덮여 있었고,
맹구는 마당에서 먹이를 찾으러 돌아다니고 있었다.
"음. 닭으로 사는 게 그렇게 나쁜 것 같지는 않아!"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는데,
갑자기 옆에서 활기차게 돌아 다니던 수탉이
다짜고짜 뒤로 올라 타더니 말을 걸었다.
"새 암탉이로군.
그래 여기 첫날인데 어떤 것 같아?"
"생각보단 괜찮아.
그런데, 왜 아랫배가 점점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알을 낳으려는 거로군.
아직 알을 낳아 본 적이 없나?"
"아직 한번도."
"그래?
그럼 긴장 풀고 그냥 낳아봐. 어렵지 않을거야."
그래서 몇 초 후 더부룩한 느낌이 왔을 때, 숨풍하고 알을 낳았다.
알은 꼬리 뒤쪽으로 나와 있었다.
거대한 안도감이 찾아왔고, 처음으로 모성감을 경험한 맹구는
말할 수 없이 뭉클한 감정의 동요를 느꼈다.
곧 이어 두 번째로 알을 낳았는데
그 행복감은 처음의 느낌보다도 훨씬 컸다.
암탉으로 환생하게 된 것이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일처럼 느껴졌을 정도였다.
기쁨은 계속 밀려왔고,
그가 세 번째로 알을 낳으려던 찰나,
머리 뒤통수를 무언가가 세게 치는게 느껴지며 아내의 목소리가 들렸다.
"야 이 인간아!!!
침대에다가 똥을 싸 놓으면 어떻게 해!
이 웬쑤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