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좋은글·시

안경, 첫사랑 ~ 박만엽

정신똑띠챙기! 2016. 10. 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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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 첫사랑 ~ 박만엽
책상 위에 세련된 여인이 
깁스를 한 채 잠들어있다
첫 번째 서랍을 열면
눈을 껌뻑이며 수많은 여인이 
시체처럼 숨을 죽이고 있다
세월의 풍파를 이기지 못해 
그들의 해맑던 얼굴에 
주름과 상처가 가득하여 
그 아픔이 나에게 전해진다
아침이 오면 의자왕이 궁녀를 고르듯
25년 전, 처음 만난 그녀를 집어 든다
그녀는 내 콧등에 
양손을 올려놓고 
구부정해진 양다리를 
요염하고 거만스럽게 
내 귓등에 걸치고 궁녀들에게 
호통이라도 치듯 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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