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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止山_이정원] 주군을 배신하면 국민마저 배신한다

정신똑띠챙기! 2018. 7. 15. 21:31



주군을 배신하면 국민마저 배신한다

 

역사를 기록하는 이유는 한 국가의 생성과 소멸 시까지 통치자들의 행위를 사관들이 사실 그대로를 기록해 전수함으로써 후대의 귀감과 반성이 되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봅니다.

 

1452년 병약한 조선의 제5대 임금 문종이 왕위에 오른 지 2년 만에 병으로 쓰러졌습니다. 문종이 승하하자 12세의 어린 나이로 왕위에 오른 단종은 수렴청정을 할 대비도 모후도 모두 세상을 떠나 영의정 황보인, 죄우정 김종서, 우의정 정분이 단종을 보좌했습니다. 그러나 삼촌인 수양대군은 구데타를 결심하고 단종 1년 계유정난을 일으켜 충신 김종서를 필두로 한명회가 작성한 살생부를 근거로 황보인, 정분 등 충신들을 살해하는 피의 숙청을 단행하고 사실상 왕권을 거머쥠으로써 헌정질서를 파괴합니다. 단종 315살의 단종은 수양대군에게 왕위를 양위합니다. 이때 세종대왕이 특별히 어린 손자 단종을 부탁한 신하 중 정인지, 신숙주가 단종을 배신하는 패륜을 저지름으로써 왕권의 최고 정통성인 유교적 가치관을 뒤집자 우리가 잘 아는 사육신이 세조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거사를 모의하다 참살당합니다.

 

세조는 그 해 단종을 노산군으로 강등하고 영월 청령포로 귀양을 보냈는데 신숙주가 후환을 두려워하여 노산군의 사형을 선창했고 정인지가 후창으로 화답합니다. 정인지와 신숙주가 누구인가? 세종의 총애를 받으며 집현전 학사로 훈민정음과 용비어천가를 창제하고 각각 대제학과 직제학에 오른 충신이자 충복이 아니었던가? 그 두 신하가 신의를 배신하고 칼을 거꾸로 쥔 것입니다. 정인지와 신숙주는 둘 다 6대에 걸친 왕을 섬기며 영상에 이르는 뛰어난 관료로 국정을 주도했지만 불충의 대명사를 떼는 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14571024일 왕명을 받든 금부도사 왕방연이 사약을 들고 가 엎드린 채 울자 공생(貢生, 관가의 심부름꾼)이 공명욕으로 활시위로 단종의 목을 졸라 죽였다고 '육신록'은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때 단종의 춘추 17세이십니다. 세조의 찬시(왕위를 뺏고 죽임)는 왕권의 받침목인 가치관의 붕괴를 가져와 사회에 엄청남 충격파를 던집니다. 정통성이라는 가치관에 발목이 잡힌 세조에게 단종과 사육신은 영원한 콤플렉스가 되고 맙니다.

 

서양사 중에서 카이사르와 브루투스 이야기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는 말을 남기고 루비콘강을 건넌 카이사르는 폼페이우스를 몰아내고 독재관이 된 후 대로마제국의 황제에 오르는 꿈을 키웠습니다. 카이사르의 의중을 꿰뚫어 보고 있는 원로원 의원들은 카이사르가 언젠가는 황제의 야욕을 실현할 것이라는 점을 정확히 읽고 있었기 때문에 카이사르의 동지이자 양자인 브루투스 편에 서서 카이사르의 암살을 계획합니다. 드디어 D데이에 브루투스를 지지하는 일당은 카이사르를 무참히 살해합니다. 암살단 중에서 동지이자 양자인 브루투스를 발견한 카이사르는 브루투스 너 마저!”라는 단말마를 내뱉고 잔인한 죽음을 맞습니다.

 

 

현대사를 돌아보면서 정인지와 신숙주, 그리고 카이사르와 브루투스를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군주를 배신한 정인지와 신숙주, 공명심으로 주군의 목을 조른 공생, 양아버지인 카이사르의 등에 비수를 꼽은 브루투스는 후대에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한 번 배신자로 낙인찍히면 그 수렁에서 결코 헤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역사에서 배워야 합니다. 그것이 역사가 보여주는 경고이며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덕적 가치입니다. 한번 거짓말을 하다 보면 양치기 소년이 되어 뭇사람들의 불신을 삽니다. 세조나 카이사르처럼 권력에 맛을 들이면 자신이 하는 일이 모두 옳다는 자만에 젖어 일방적 독재로 흐르거나 절대적 지지세력의 환호와 박수 속에 자신의 허물과 과오를 망각하게 됩니다. 자칫 만용에 젖으면 질서는 붕괴되고 독단과 독선이 판을 쳐 국민들의 삶을 피곤하게 할 것입니다. 침묵하는 국외자의 목소리도 존중하는 열린 정치가 절실합니다. 강철은 세게 구부리면 부러집니다. 이 교훈은 왜 정치가 타협과 조화의 예술이 되어야 하는지 정치인들에게 던지는 경고 메시지입니다.

 

여기서 잠시 한 때 집권세력이었던 자유한국당의 구역질나는 분탕질을 지켜봅니다. 절대충성을 강요했던 박근혜정부의 몰락을 지켜보면서 박근혜대통령의 시혜로 고관대작과 부귀영화를 누렸던 과거의 정치인들, 관료들, 시민단체들, 언론인들이 얼마나 변신과 동화에 능란한지 혀를 찰 정도입니다. 모두가 국외자인 듯 행동합니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습니다. 변하지 않는 물은 썩는다는 교훈을 곱씹어보면서 변화와 개혁을 외면하고 금뺏지에만 몰두하여 친박, 비박으로 양분하여 권력투쟁에만 이전투구 하는 한물간 적폐 기성정치인들의 구태에 신물이 나고 증오를 느끼는 것은 필자 혼자만의 관전평은 아닐 것입니다. 기득권 세력을 대체할 신진세력으로의 물갈이가 절실합니다. 주군을 배신하면 국민마저 배신하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기득권을 버리고 천지개벽할 변화와 뼈를 깎는 자기혁신이 없는 한 보수의 재기는 한동안 어려울 것입니다. 박근혜를 넘어서서 참신하고 사명의식에 불타는 40-50대 보수우파지식인들을 영입해 키워야 합니다. 그러자면 판검사, 관료, 기업인 등 이념적 엘리뜨가 아니라 지식인, 시민단체, 당직자, 보좌진들 중에서 실용적 가치관을 가진 새로운 집단을 육성하고 훈련시켜 좌파진영과 대결할 전사들로 키워야 합니다. 인적 청산으로 구 정치인들을 다 바꿔야 합니다. 정인지, 신숙주, 공생, 브루투스 같은 적폐정치인들은 스스로 차기 총선에 불출마를 선언해야 합니다. 그래야 차기 총선, 차기 대선에서 희미하나마 선전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그 길이 국민들이 원하는 좌표이며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돌파구가 될 것입니다.

 

마키아벨리는 그의 저서 군주론에서 높은 곳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아래로 내려가고 낮은 곳의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산 위로 올라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설파했습니다. 시대와 환경에 적응하는 정치를 하라는 권유입니다. 그래야 민심의 높낮이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현명한 눈과 예리한 통찰력을 추구해야 할 정치지도자들이 두고두고 염두에 두어야 할 금언입니다.(2018.7.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