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고려대 교정에 세워진 4.18기념탑 모습>
253세대가 386세대에게
나는 스스로를 253세대(20대에 4.19혁명에 참여한 50년대 학번이며, 30년대 생)라고 불러 봅니다. 요즘 386세대(30대에 반독재운동을 한 80년대 학번이며 60년대 생)의 전성시대에 나도 뭔가 반독재에 항거한 독특한 명칭을 달고 싶습니다. 그래서 253세대라고 명칭을 붙인 것입니다. 산전수전 다 겪으며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온 80대 노인이지만 그래도 부모님의 향학열 때문에 50년대에 소판 돈으로 대학교에 들어간 행운의 30년대 생입니다. 418고대생 데모때는 천일백화점 앞에서 정치깡패의 무자비한 폭행으로 생명의 위험도 느꼈으며 419날에는 종로에서 동대문까지 찦차 뒤에 매달려 시위를 하던 중 광화문에서 발사한 경찰들의 무차별 사격으로 함께 구호를 외치던 청년이 총탄을 맞고 떨어지자 그 청년을 들쳐 엎고 급한 김에 치과병원으로 달려가 임시치료를 받고 밤을 새워 그 청년을 지킨 일도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독재정권의 총칼 앞에서 독재타도를 외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지금 한참 잘 나가고 있는 386운동권세대와 극명하게 구분되는 세대입니다. 바로 내 아들 딸들이 사회초년생으로 막 직장생활을 시작하던 때가 30대였고, 80년대에 대학생활을 했으며 60년대에 태어났으니 이들이 곧 386세대입니다. 1세대라고 하면 대략 30년 정도의 차이가 있으니 정치⦁경제⦁사회⦁이념⦁철학⦁가치관⦁문화예술 등에서 세대 간에 현격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253세대가 보릿고개를 맛본 ‘빈곤의 세대’라고 하면 386세대는 가난을 모르는 ‘풍요의 세대’였습니다. 253세대가 피와 땀을 흘리며 부모님을 공양하고 자식들을 공부시킨 산업화사회건설의 최 일선 돌격부대라고 하면 386운동권세대는 민주화와 노동개혁을 명목으로 지하에 숨어 근로자의 인권과 노동자들의 환경개선, 그리고 임금인상투쟁에 앞장선 게릴라부대였습니다. 따라서 임금투쟁 등 노동운동은 해봤지만 스스로 노력하여 돈을 벌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기업의 중요성이나 임금의 소중함을 몰랐습니다. 253세대는 그런 자식들을 먹여 살리며 한편으로는 부모님께 효도하는 고단한 삶을 살아 왔습니다.
우리가 대학생이던 60년대 초에는 남한의 국민소득이 불과 80달러 안팎이었으며 북한은 240달러로 우리의 3배 수준이었습니다. 비록 쿠데타로 집권하여 독재자 소리를 듣지만 박정희 대통령의 통제경제를 바탕으로 한 국가주도 수출정책과 중화학공업육성, 그리고 때마침 불어온 중동건설특수와 월남파병 등으로 인한 10%대의 경제성장에 힘입어 1977년에는 대망의 100억불 수출과 1인당 국민소득이 1000불에 이르는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습니다. 하지만 재벌에 대한 금융특혜와 문어발식 경영확대를 방치한 소위 ‘불균형 성장’을 추구해온 결과로 인하여 파이만 키우고 분배정책을 소홀히 한 성장우선정책에 따라 빈부격차가 심화됨으로써 지역 간⦁계층 간⦁세대 간 불평등구조 속에서도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불에 이르는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국민적 반목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이 군사독재시대에 박정희의 유신과 전두환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반독재 민주화운동을 펼친 젊은 세대들이 있으니 이들이 곧 386세대입니다. 여기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대통령의 국가경영능력 상실과 최순실 사태로 촉발된 촛불혁명을 거치면서 10년 만에 좌파정부가 탄생, 적폐청산이라는 기치 하에 새로운 가치와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습니다. 문재인정부 탄생 초기에는 80%가 넘는 국장지지율로 “아~ 드디어 우리나라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정치가 시작되는 구나” 하는 기대 속에 온 국민이 잘사는 복지국가 건설과 정의와 진실이 빛을 보는 선진사회가 출발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꿈과 희망을 부풀려 온 게 사실입니다. 그동안 이 사회는 기성세대와 기성가치관에 대한 불신, 빈부격차에 대한 분노, 반공이데올로기에 젖은 남북대결의 심화, 블랙리스트에 의한 문화적 이질성 확대, 미국 일변도에 따른 국가자존심의 추락,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수직적 불평등 등으로 사회는 이분법의 논리 속에서 국론이 극도로 분열되어 집단적 히스테리가 점차 확대되어가는 사회적 혼란기 속에서 살아온 우리 국민들입니다. 386운동권세대는 1990년대 후반기부터 등장하여 2002년 노무현정부의 출범과 함께 널리 통용된 용어입니다. 2000년대에 386세대라는 말이 회자될 때는 1980년대 대학가에서 학생운동을 경험했거나 1987년 6월 항쟁이라는 민주화운동에 투신한 학생, 1987년 결성한 전국대학생대표협의회(전대협) 간부출신, 노동자들의 임금착취에 분노하여 노동자 신분으로 위장 취업하여 노동지위 향상에 젊음을 바쳤던 노동⦁사회⦁인권운동가, 그리고 이때의 투쟁정신을 이념화 하여 이후 정치세력화(국회의원 등)한 그룹으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선된 열린우리당의 국회의원들을 총칭하여 ‘386세대 정치인’이라는 용어가 탄생되었으며 이후 우리나라 정치지형에서 386운동권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높아졌습니다.
386운동권세대는 전두환 군사정권에 맞섰던 반독재⦁민주화운동의 성공으로 인하여 탄생한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의 중추세력으로 국회⦁청와대⦁법원⦁각종시민단체를 장악한 친정부집단을 구성하여 좌파정권을 유지하는 선봉장 역할을 하였습니다. 또한 이명박⦁박근혜정권의 독선과 실정에 대한 반작용으로 노동자와 민중들과 함께 기성세대에 반기를 든 촛불시위의 주체세력이 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불만을 등에 업고, 386으로 대표되는 50-60대가 새로운 주도세력으로 등장하고 민노총⦁전교조⦁시민단체 등 진보세력이 가세함으로써 소위 촛불시위로 박근혜 보수정권 타도에 성공하였습니다. 변화와 개혁에 목말라하던 신 사회주의세력은 현실에 안주하려는 자유민주주의적 보수 세력을 촛불시위로 단숨에 무너뜨리고 이 땅에 사회민주주의 깃발을 들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반자본적, 반 권위적, 반보수적 정책을 내건 급진개혁자들은 정권을 잡자마자 보수 세력들을 일거에 제압하고 그 지위와 권한을 박탈하는 완장 찬 점령군처럼 행동하였습니다.. 이와 같이 기성시대의 낡은 가치관을 거부하고 반민주⦁반독재 주도세력의 핵심으로 활약해온 386세대는 드디어 대한민국에 좌파정권을 탄생시키는데 성공하였습니다.
1968년 프랑스 낭테르의 파리대학 분교 캠퍼스에서 대학의 구태의연한 관리제도와 시험제도에 항의 하는 파업, 즉 68혁명이 일어난 지 금년으로 5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프랑스 대학생들이 치켜들은 혁명의 불씨는 노동자들의 24시간 총파업과 프랑스의 보수성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되어 드골대통령의 퇴진까지 몰고 왔습니다. 68운동은 미국⦁유럽⦁한국⦁일본 등지의 학생운동으로 확산되어 반전운동뿐만 아니라 공해반대, 원전반대 등과 함께 마르크스주의⦁아나키즘⦁히피문화⦁모택동 사상에 감염되어 급진 과격세력으로 팽창되었지만 대부분은 국민의 저항에 부딪쳐 소멸되어 갔습니다. 1970-80년대에 68세대가 프랑스 정계를 장악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386세대가 정치계⦁재계⦁노동계의 핵심으로 등장하여 좌우를 막론하고 중추세력으로 그 범위를 확산해 나갔습니다. 1987년의 6월 항쟁으로 민주화열기가 고조되어 1993년 김영삼이 3당 합당이라는 꼼수로 대통령이 된 후 1998년의 김대중, 2003년의 노무현, 2017년에는 문재인으로 대표되는 좌파세력이 정권을 창출했고 현재는 1970-80년대를 대표하던 386운동권세력이 청와대(행정)와 여의도(국회), 서초동(법원) 그리고 각종 시민단체와 환경운동연합 등 대부분의 친정부단체를 장악하여 국정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잠시 우리 253세대는 386세대에게 몇 가지 잊혀지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상기시키고자 합니다. 우리는 1960년 발생한 4.19혁명세대의 선두주자이며, 한 발 더 나아가 1987년 6월 항쟁 때는 넥타이부대로 반독재 민주화투쟁에도 앞장섰습니다. 4.19혁명은 전국의 초⦁중⦁고⦁대학생들이 독재와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반정부⦁반독재시위로 전국적으로 186명이 사망했으며 10만 데모대가 서울거리를 메웠습니다. 다만 주체세력이 없어 집권에는 실패함으로써 혁명을 완수하지는 못했으나 제2차 세계대전 후 피를 흘린 최초의 학생운동으로 장면정권을 탄생시켰으며 이후 5.16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군사정부 아래서 산업화⦁민주화를 달성한 자랑스러운 경제건설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 왔음을 386세대에게 충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장 가난한 단군의 후손으로 6.25 전쟁의 폐허위에 10대 경제대국인 30,000불시대의 견인차가 된 253세대의 공과를 386세대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촛불시위로 정권이 바뀌면서 많은 국민들은 적폐청산과 개혁에 대한 기대감으로 박수갈채를 보내며 환호했습니다. 문재인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남북화해무드를 계기로 80%이상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것 만 봐도 국민들이 문재인 정부에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범당시의 환호와 박수소리가 점점 약해지면서 이제는 국가의 정체성과 경제정책에 대한 회의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 일변도의 퍼주기 대북정책과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저자세는 국민들이 한미동맹을 걱정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으로의 근로시간 단축, 청년실업증가와 노동개혁부진, 부동산 정책의 실패, 국민정서에 편성한 대기업을 옥죄는 규제개혁 강화 등의 신 적폐정책이 확산되면서 이 나라의 정체성과 사회체제에 대한 불신만 확산되고 있습니다.
1년 반 가까이 실험해 온 소득주도성장정책으로 인해 중소기업과 영세 상공업자들의 존립이 위협받고 있습니다. 대기업을 백안시하는 기업문화로 기업은 해외로 탈출구를 찾으려 하며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기업의 자주성과 투자의욕 제고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각종규제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부동산을 투기장화 하고 회사의 유보자금이나 단기저축성 예금으로 쌓여 있습니다. 기업이 살아나는 선순환이 없는데 경제성장과 일자리창출이 가능합니까? 청년실업자들은 불평등한 취업정책에 분노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사다리마저 내려버려 헬조선이라는 자소적인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자기자식들은 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를 거쳐 외국에 유학 보내는 파렴치한 행동을 보이는 한편 과거의 적폐가 청산되는 것이 아니라 캠코더출신들을 중요부서의 장이나 감사로 낙하산으로 내려꽂고 권력자들의 자제들을 부정으로 채용하는 등의 신 적폐가 횡행함으로써 실직자들과 서민들은 물론 지식인들조차 원망의 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평화와 적폐청산을 빼면 새로운 정책이 보이질 않습니다. 제왕적대통령제의 새로운 적폐에 공무원들은 복지부동이고 청와대 참모진이 행정부를 지휘하는 자기정치를 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않은 장관후보자를 막무가내로 임명하고 인사를 책임져야할 민정 인사수석사라인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인사 참사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빈국의 국민으로 태어나 보릿고개와 허기를 달래며 오늘의 부를 이루어 온 253세대(4.19세대)로서 어찌 분노가 치밀지 않을 수가 있습니까?
기성세대와 신세대 모두로부터 외면을 당하는 정권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국정을 주도하는 386운동권세대는 이제 그 역사적 소망을 다하였음에도 불구하고 486⦁586세대라는 새로운 용어로 그 프레임을 변경하면서 집권명분을 유지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제 386운동권세대는 촛불혁명으로 그 역사적 소명을 완수하였음으로 민주화와 독재타도를 외치던 역사의 무대에서 서서히 내려올 때가 되었습니다. 386세대는 민주화의 아이콘에서 기득권의 상징이 된지 오래입니다. 386세대는 이제 더 이상 약자가 아니라 기득권반열에 올라섰습니다. 그리고 부와 명예와 권력을 얻었습니다. 이제 적폐청산이라는 피로감을 더 이상 확산하지 말고 각 영역별 전문가들과 더 젊은 세대들에게 그 막중한 소임을 인계할 때가 되었습니다. 그래야 젊은 피의 선순환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세계화에 발맞추는 건강한 대한민국으로 한 단계 더 전진할 것입니다. 과유불급입니다. 내생각만 옳다는 운동권식 자만과 적대정신은 자신을 망치고 국가를 거덜내는 흉기입니다.역사의 무대에서 적폐청산이 아닌 통합과 화합, 그리고 과거만 들추는 적폐청산을 멈추고 남은 집권기간 동안에 조국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질서를 확립하여 시장경제를 토대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체제의 통일국가의 기반을 구축하기를, 253세대의 한 사람으로 간곡히 기원하면서 386운동권세대의 과감한 결단을 촉구합니다.(20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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