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을 죄는 극심한 불안, 뇌가 보내는 이상 신호
- [정신건강 클리닉①] 공황장애의 증례와 치료법
평소 내성적이고 매사 생각과 걱정이 많은 성격의 중소기업 행정과장 L씨(40세, 남자).
1년 전부터 간헐적인 가슴 두근거림과 이유 없는 불안감을 느껴왔으며 음주 후에는
이런 증세가 더욱 심해지는 듯 했지만, 증상이 오래 지속되지 않았고 평소
건강에 문제가 없었기에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데 몇 달 전,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 갑자기 식은땀이 나고 열이 오르며 쓰러질 것 같은
위기감을 경험하면서 급히 응급실을 찾았다. 급성 심장병을 의심해 정밀검사를 받아봤지만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의사는 “스트레스성 같다”라고 진단하며 정신과 진료를 권했다.
이후 L씨는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약물치료와 근이완훈련,
인지요법을 꾸준히 받았고 증세가 매우 호전되었다. 현재는 과음한 다음날
불안 증세가 약간 남아 있어 약물 감량과 생활습관 조절 중이다.
영화 ‘카피캣’에서 범죄심리학자인 주인공은 연쇄살인범에게 끔찍한 습격을 당한다.
그후 그녀는 광장공포증에 시달리며 1년이 넘도록 문 밖 출입을 하지 못한 채
술과 신경안정제에 의지해 힘겹게 살아간다. _워너브라더스 제공
이유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이 막히는 증상 반복된다면…
공황장애 질환자들은 불현듯 몰아치는 극심한 불안(공황발작)을 반복해서 경험한다.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 터져버릴 것 같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공포감,
뒷목이 뻣뻣해지는 느낌, 속이 미식거리며 땀이 나고 쓰러질 것 같은 느낌 등이 동반된다.
발작은 보통 10분 이내에 잦아들지만, 일부는 실신하거나 과호흡 증세를 보여 응급조치가 필요하다.
증상은 할인행사 중인 백화점이나 출퇴근 시간의 지하철, 무더운 날의 만원 버스,
차량으로 꽉 막힌 터널 등 인파가 몰리는 복잡한 공간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런 증상을 경험한 환자들 중 대다수는 증상이 다시 나타날까봐 미리 걱정하는 예기불안과 함께
증상을 경험했던 곳과 유사한 장소를 회피하는 광장공포증(agoraphobia)을 보이며,
사회생활을 포기하기도 한다. 불안해서 학교, 학원에 앉아 공부하기 어렵고 차를 탈 수 없어
지방출장을 갈 수가 없으며 무대에도 설 수 없다. 심하면 자폐상태에 이르게 된다.
공황이란 영어로 패닉(panic), 요즘 표현을 빌자면 심각한 ‘멘붕’ 상태가 반복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유명 연예인들이 이 병으로 치료받은 바 있다고 알려지면서 병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고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이들이 증가했다.
아래 증상이 반복해서 월 4회 이상 생기면 공황장애로 진단한다.
1)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빨라짐
2) 식은땀이
남
3) 몸이 떨리거나
흔들림
4) 숨이 막히거나 답답한
느낌
5) 질식할 것 같은
느낌
6) 가슴이 아프거나
불쾌함
7) 속이 울렁거리거나
불쾌함
8) 어지럽거나 쓰러질 것
같음
9) 세상이 평소와 다르게
느껴짐
10) 죽을 것 같은
두려움
11) 미쳐버릴 것 같거나 내 자신을
통제하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
12)
신체감각이 달라짐 (둔해지거나 따끔거림 등)
13) 몸에서 열이 오르거나, 오한이
듦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병행하면 교정 가능
현대사회에서 공황장애는 100명 중 2~3명에게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는 매우 흔한 질환이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 환자가 3배 이상 많은 것으로 미루어, 뇌의 기능 이상에 인지적 특성과
스트레스가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공황장애는 과음과 수면부족, 강한 불빛에 장시간
노출되는 작업을 비롯해 부부 갈등이나 경제적 어려움 등 지속적인 스트레스로 유발된다.
어릴 때 부모의 학대나 무관심, 혼자 남겨진 충격적인 경험 또한 일부 영향을 끼친다.
‘이러다 죽는다’, ‘나는 어찌 할 수 없다’라는 식의 인지 상 왜곡은 치료 시 중요한 내용이며,
발생 메커니즘으로는 뇌신경 기능 장애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세로토닌 부족으로
중뇌와 뇌연수 내측에 있는 청반(locus coeruleus)과 봉선핵(raphe nuclei)의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 활성화 억제 기능이 약해지거나 뇌의 기억중추인
해마(hippocampus)와 감정중추인 편도체(amygdala)의 과민반응으로 공황발작이 생기는 것이다
(그림 참조). 즉, 공황장애는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으로 인해 청반이라는 호르몬 조절 스위치가
쉽게 켜지거나 저절로 켜지는 현상을 지칭하며 이는 각종 스트레스 반응을 동반하게 된다.
이를 교정하기 위해서는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우울제나 알프라졸람(alprazolam, 신경안정제의 한 종류)을 투여해
저하된 세로토닌 기능을 높이는데, 대개 치료 3개월 후부터 서서히 감량하여 투여를 중단하게 된다.
인지행동치료는 불안으로 오는 신체반응을 심각한 증상으로 여기거나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지나친 일반화 등 인지 이상을 교정하는데 효과적이다.
조기 치료 종료나 갑작스런 약물감량은 재발의 위험이 크므로 전문의와 상담 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와 함께 정신사회적인 스트레스 대처훈련법,
불안 반응 억제를 위한 근육이완훈련법 등도 도움이 되며 과음과 카페인은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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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지영 교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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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 사이언스에서는 경희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아 ‘정신건강클리닉’을 연재합니다.
제1회 공황장애를 시작으로 치매, 우울증, ADHD, 스트레스 질환, PTSD 등 다양한 정신질환의
증례와 치료법에 대한 전문의 칼럼을 총 6회에 걸쳐 매월 넷째 주 화요일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송지영
경희대학교 의과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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