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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100세 시대와 공포의 치매

정신똑띠챙기! 2018. 8. 18. 20:11



<사진은 KBS가 방영한 '주문을 잊은 음식점'의 지배인 송은이와 4명의 쉐프, 5명의 경증 치매환자와 pd등 출연진들>




100세 시대와 공포의 치매

 

미안하게도 나는 지상파인 KBS TV방송을 시청하지 않은지 오래입니다. 하기야 시청료를 한 푼도 내지 않고 국영 KBS방송을 볼 염치도 없지만 말입니다. 나는 청각장애 6급 장애인입니다. 초등학교 때 저수지에서 미역을 감다 귀에 물이 들어가 중이염이 되어 귀에서 고름이 났지만 돈이 없어 조기에 치료시기를 놓쳐 만성중이염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로 인해 나이를 먹으며 청각장애가 심해 7년 전부터 보청기를 사용하였는데 수명이 다해 갈 무렵 작년에 보청기 구매 시 건강보험에서 50%를 보조해 준다는 보청기회사의 권유에 따라 새 보청기를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가격은 240만 원 정도인데 120만 원 정도의 검사료를 지불하고 50%가 할인 된 120만원으로 새 보청기를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사료와 기타 비용 60만원을 공제하면 실제는 60만 원 정도 보험혜택을 받은 것입니다. 동회에 가서 신고하니 6급 장애인확인서를 발급해 주며 아파트관리사무소에 가서 신고를 하면 KBS TV시청료 월 2500원을 면제해 준다고 해서 그 절차대로 순서를 밟아 의무적으로 징수하던 시청료를 면제받았습니다. 그래서 무료로 보는 KBS TV는 볼 염치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어제(2018.8.16.)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KBS TV방송에서 마포구 망원동에 새로 음식점이 하나 생겼는데 이름 하여 주문을 잊은 음식점’. 언뜻 보니 치매에 걸린 노인들이 음식 서빙을 하는 장면이 채널을 고정하게 했습니다. 주제가 무엇인가가 궁금하여 계속 시청해 보니 개그우먼 송은이가 점장(店長)이 되어 문을 연 음식점에 중식의 대가 이연복 쉐프 등 전문 쉐프 4명과 경증치매에 걸린 이춘봉 할아버지 등 5명의 실존노인이 고객들을 서빙 하는 독특한 기획물이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회에 나누어 방송되었는데 실제로 전문 쉐프와 치매 환자들이 모여 음식을 만들고 서빙하는 과정이 사실대로 방송되는데 치매가 걱정되는 나이에 접어든 나로서는 끝까지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원작은 일본의 오구니 시로가 쓴 주문을 틀리는 요리점주문을 잊은 음식점이라고 각색하여 KBS스페셜 1.2부로 나누어 방송한 것입니다. 1부는 치매는 처음이라, 2부는 ‘잘 부탁합니다!’라는 타이틀이 붙여졌습니다. 1부는 못 보고 2부만 봤습니다. 서빙을 맡은 다섯 명의 노인들은 대부분 76세에서 83세 이르는 3년에서 7년차 경증치매 환자로 20:1의 경쟁을 통과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었습니다. 망원시장 근처에 이틀간 문을 연 이 음식점은 제목이 보여주는 대로 과거를 잊은 치매 환자들이 손님들이 들어오면 식단표를 들고 음식을 주문한 후 마지막 후식까지 챙겨주는 전 과정을 아주 재미있게 풀어갑니다.

 

먼저 손님이 들어오면 할아버지 할머니가 식단표를 들고 주문을 받아 짜장면3, 볶음밥1, 탕수육1”를 식단표에 적어 손님에게 다시 한 번 주문한 음식을 복창하여 맞다고 하면 전문 쉐프에게 요리를 주문합니다. 물론 몇 번 테이블인지도 확실하게 적습니다. 그리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음식을 들고 해당 테이블에 가서 음식을 식탁에 내려놓습니다. 그리고는 손님들에게 맞지요?” 하고 확인한 후 맛있게 드세요라고 정중히 몸을 굽혀 인사합니다. 야들야들한 목소리와 애교 섞인 써비스가 젊은이 못지않습니다. 하지만 서빙을 해야 하는 데도 자리에 앉아 손님들과 수다를 떠는 해프닝도 벌어집니다.

 

82세의 서빙할아버지는 초등학교 제자가 찾아와 인사를 드리며 저 누군지 알아보시겠습니까? 하자 한 참 그 중년의 신사를 쳐다보더니 , 6학년 때 반장을 한 OOO아니여?“ 하고 70여 년 전의 일을 생생하게 대답하여 주위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습니다. 어떤 서빙할머니는 주문한 음식을 차려 내놓고는 다시 주문음식을 달라고 세프에게 졸라 아까 먼저 가져가셨잖아요?“ 하는 대답을 듣고는 무안한 표정을 지어 주변사람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였습니다. 대부분이 경증 치매 환자들인 이 서빙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잠시나마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정상인으로 돌아와 세상과 맞부딪치는 현실세계와의 스킨쉽을 당당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훈련을 통한 치료방법과 동시에 약물을 복용하면 치매 증상을 상당기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개인, 국가 모두 이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여 약물치료로 증상을 호전 시키는데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이 프로는 치매 환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감동적인 실험극이며 이 질병의 진행을 늦추는 치료요법이기도 합니다.

 

잘 아는바와 같이 치매는 뇌에 영향을 미치는 60여 가지 이상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하며 기억력을 포함한 언어기능, 시공간 기능, 실행기능, 계산 기능, 추상적 사고력 등 인지 기능의 다발성 장애로 인해 직업적·사회적 기능이 저하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고약한 정신질환인 것입니다. 과거는 비교적 소상히 기억하는 데 근래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치매 증세로 가족 간에 불화가 일어나고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본인은 이 증세를 인지하지 못함으로써 심한 경우에는 손발을 묶거나 방에다 가두는 등의 물리적 방법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보통 65세 전후에서 발병되며 한 보고서는 발병 후 10-13년 내외를 생존하는 것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 병이 발병하면 대부분 가족들에 의하여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입원하여 치료하게 되는 데 요양원은 입원비를 대부분 정부에서 지원하는 데 반해 요양병원은 입원 치료비를 개인이 부담한다는 데 차이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조기발견과 조기치료입니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2017년 현재 70만 명으로 추산되며 2024년에는 100만 명, 2050년에는 217만 명으로 으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하니 65세 이상은 정부에서 무료로 실시하는 치매 프로그램을 통해 조기 진단을 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리고 조기진단으로 조기치료에 들어가야 합니다. 65세 이상 노인 10명중 1명이 한번 치매 걸리면 평생을 고생하고 집안을 거덜 낸다는 얘기를 웃어넘기면 안되겠습니다.

 

나는 지상파방송이 이러한 국민적 관심거리를 파헤치고 방향을 제시하는 생활밀착형 유익한 프로그램을 많이 방송한다면 기꺼이 시청에 동참하겠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방송의 공정성을 잊고 집권정부의 나팔수로 변신하는 데 신물이 났기 때문입니다. 한 때 땡전 뉴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부 입맛에 맞는 홍보뉴스만 톱뉴스로 읊어대더니 그 폐습은 정부가 바뀌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요즘은 평화와 자주라는 프레임에 맞춰 남북문제를 항시 톱뉴스로 다루고 형평성을 잃은 보도와 해설로 많은 시청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나는 케이블 TV를 채널을 돌려가며 보고 지상파3TV방송은 거의 시청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나는 KBS 방송 무료시청자이니 억울할 일도 없습니다. (2018.8.17.)

 

 

 






   




출처 : 지구촌 삶의 이야기
글쓴이 : 이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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