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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패닉은 왜 백인보다 오래 살까?

정신똑띠챙기! 2016. 8. 31. 22:19


 

히스패닉은 왜 백인보다 오래 살까?

라틴계, 백인보다 노화 느리게 진행돼


스페인어를 쓰는 중남미계 미국 이주민을 흔히 히스패닉(Hispanic)이라 부른다.

이들이 라틴아메리카에서 왔다고 하여 ‘라티노(Latino)’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이 라티노들이 미국에 사는 백인계 코카서스 인종이나 동아시아계 인종에 비해 노화가 느리고

수명이 좀더 긴 이유를 분자생물학적으로 밝힌 연구가 발표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연구팀이 유전학 저널 ‘지놈 바이올러지’(Genome Biology)

최근호에 게재한 이번 연구는 ‘히스패닉 패러독스’를 과학적으로 규명해 주는 한편,

앞으로 인간의 노화과정을 늦추는 연구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미국계 중남미 이주인들은 수입이나 교육수준 등이 백인계보다 낮은데도 불구하고

수명은 더 길어 이 역학적(疫學的) 모순을 ‘히스패닉 패러독스’ 또는 ‘라티노 패러독스’라 불러왔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계층은 상대적으로 건강상태도 나쁘고 사망률도 높은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다.

중남미계 미국 이주민은 이와 반대여서 학자들이 그 원인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나

특별한 인과관계는 발견하지 못 했었다.



히스패닉 패러독스와 관련해 일부 학자들은 출산 관행상 백인 신생아들이 출산 때 외상을 입어

그로 인해 병에 걸리는 확률이 높다, 모유 수유도 라틴계에 비해 적게 하기 때문이라는

추정을 하기도 했다. 또 미국으로 이주하는 중남미인들은 늙어서 몸이 아프게 되면

‘고향 회귀 본능’에 따라 본국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사망률이 낮다든가,

이주자들은 본국에 남아있는 사람들보다 이민을 단행할 만큼 상대적으로 건강하다는 설 등이 제기돼 왔다.


                                미국내 라틴계 이주민들은 건강상 불리한 요인이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왜 노화가 느리게 진행될까? 연구 결과 그 해답은 유전자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진 http://farm9.staticflickr.com/8146/7301112520_9b12e841ae_z.jpg, Creative Commons ⓒ ScienceTimes

미국내 라틴계 이주민들은 건강상 불리한 요인이 더 많은데도 불구하고 왜 노화가 느리게 진행될까? 연구 결과 그 해답은 유전자에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사진 http://farm9.staticflickr.com/8146/7301112520_9b12e841ae_z.jpg, Creative Commons




라틴계 성인 다른 인종보다 사망위험 30% 낮아

논문 저자인 스티브 호바스(Steve Horvath) UCLA의대 유전체학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

분자생물학적 수준에서 라티노들의 노화가 더 느리게 진행된다는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라티노들이 당뇨병이나 다른 질병에 걸리는 비율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오래 사는 ‘히스패닉 패러독스’를 설명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CDC)에 따르면 미국 내 라티노는 평균 기대수명이 82세로

79세인 백인들보다 3년이 더 길다. 2013년도 미국 공중보건 학회지

(the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에 따르면 건강한 라틴계 성인들은

어느 연령층에서든 다른 인종그룹에 비해 사망위험이 30% 낮은 것으로 보고됐다.

연구팀은 호바스 교수가 2013년에 개발한 ‘후생유전학적 생체시계’(epigenetic clock)를 포함한

여러 바이오마커를 사용해 유전체에서 노화와 연결되는 후생유전적 변이를 추적했다.

후생유전학이란 DNA 염기서열 자체는 변화하지 않은 채 어떤 유전자가 활성화되도록 하는

DNA 분자의 변화를 연구하는 분야다.



연구를 수행한 UCLA 스티브 호바스 교수(오른쪽)와 UC 샌터 바러라대 마이클 거번 교수 ⓒ ScienceTimes

연구를 수행한 UCLA 스티브 호바스 교수(오른쪽)와 UC 샌터 바러라대 마이클 거번 교수




인종별 세포 노화 차이 커

호바스 교수팀은 약 6000명으로부터 DNA 표본을 얻어 18세트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조사 대상군에는 2개 아프리카 그룹과 미국내 흑인 그룹, 백인계, 동아시아계, 라틴계

그리고 유전적으로 라틴계와 연관이 있는 아메리카 토착인으로 볼리비아에 살고 있는

치메인(Tsimane) 등 7개 인종군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면역시스템의 건강성을 살펴볼 수 있는 혈액에서 DNA를 추출해 조사한 후

인종별로 차이가 커서 놀랐다고 밝혔다. 특히 세포 구성의 차이점을 분석한 결과

라티노와 치메인의 피는 다른 인종그룹에 비해 노화가 더 느리게 진행됐다.

호바스 교수는 이번 연구가 라티노의 긴 수명을 후생유전학적으로 설명해 준다고 밝혔다.

예를 들면 생체시계상 라티노 여성은 폐경 후 같은 나이대의 비(非)라티노 여성들에 비해 2.4년이

더 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라티노의 더딘 노화는 특히 비만 및 염증과 관련된 그

들의 건강상 높은 위험도를 중화시켜주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연구는 인종과 연계된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노화와 수명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강력하게 뒷받침한다”고 강조했다.




노화 연구도 분자적 수준으로

치메인은 라티노보다 노화가 더 느렸다. 생체시계를 통해 계산한 바로는 이들의 혈액 연령이

라티노보다 2년, 백인보다는 4년 더 젊었다.

논문의 공동저자인 샌타 바버라 캘리포니아대 마이클 거번(Michael Gurven) 교수(인류학)는

“치메인인들은 자주 감염질환에 걸려도 현대사회에 만연한 만성질환이 거의 없다”며,

“그들의 원기왕성한 건강도 이번 연구를 통해 분자생물학적으로 흥미롭게 설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또 같은 인종그룹에서 남성들의 피와 뇌조직이 여성들보다 더 빨리

노화되는 것으로 나타나 여성들의 기대수명이 남성들보다 긴 이유를 확인해 준다.


  • 김병희  2016.08.19 ⓒ ScienceTimes